중앙공원에 세워지는 부산 민주주의 역사기념관이 YS기념관(가칭) 건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 여론 수렴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김영삼재단) 이사장은 YS기념관 건립을 촉구했다. 시는 ‘YS기념관 건립 대시민토론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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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9월 부산에 방문한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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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민주화 성지로 꼽히지만 기념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은 시민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YS관 건립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애초 부산민주주의역사기념관은 ‘부산 민주주의 미래관(미래관)’이나 ‘YS기념관(YS관)’ 둘 중 하나로 건립하기로 했다. 미래관은 부산의 역사와 결합해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이며 YS관은 김 전 대통령 기념함과 동시에 민주주의 교육 공간으로 짓겠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달 13~17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로 응답자 65.6%가 다른 지역보다 부산의 민주화 기념시설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적합한 기념관 유형으론 50.1%가 민주주의 미래관에 손을 들었고 대통령 기념관은 37.9%에 그쳤다.
지난달 31일 전문가 토론회에선 YS관은 부산 출신 대통령이라는 상징성과 문민정부 공과로부터 민주주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김 전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찬반 논란이 크게 대두됐다. 미래관에 대해선 지역적 특색 반영이 미흡하고 콘텐츠가 보편적인지라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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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중앙공원 광장 앞에 세워질 YS기념관(가칭) 조감도. (사)공공정책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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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토론회에선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시는 대시민 토론회가 열리기 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상징성과 효과성을 고려해 YS관 건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자 시 차원의 여론수렴이 충분치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선 “부마민주항쟁 기념관도 없고 거제에 김영삼 기록전시관이 있는데 YS관을 짓겠다고 하는 게 뜬금없다. 충분히 토론되고 검토가 된 다음에 수행되는 게 옳다”(차성환 전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YS관 자체를 놓고 반대하진 않지만 시민 의견을 폭넓게 청취한 다음에 확정지어야 할 것이다. 아직 YS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졸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김종기 민주공원 관장)고 비판했다.
최연화 시 민생노동정책과장은 “YS관 건립으로 방향이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시민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어보고 결정할 예정”이라며 “YS관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형준 시장은 후보 시절 YS관 건립을 약속했다. 2020년 12월 그는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부산의 민주화 영웅을 기리는 것은 시민의 의무이자 책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여당이 ‘김 대통령이 민주화 업적에 비해 알려진 부분이 적어 안타깝다’라는 반응을 보여 YS기념관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국제신문 2022년 9월 26일자 8면 보도).
김종기 관장은 “만약 YS관이 건립된다면 이를 보수진영에서 활용해 김 전 대통령을 보수의 아이콘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그를 부산 민주화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야당 총재로서 기념하고 문민정부의 성과만이 아닌 실정도 잘 반영해야 하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순권 동아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YS관 대신 김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아우르는 ‘부산 출신 대통령 기념관’을 제안했다. 그는 “부산의 중요한 역사적 자산과 재정을 갖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기념관을 지어선 안 된다”며 “특정 인물을 드러내기보단 부산 출신 대통령의 공과를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기념관을 만드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 또한 부산 출신 대통령 기념관을 오는 26일 대시민토론회에서 제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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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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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재단 이사장은 YS관에 관해 반대하는 건 온당치 않고 일찌감치 건립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버님은 부마민주항쟁의 주역이고 부산에서 정치적 기반을 만드셨다. 지금이라도 부산에 기념관이 건립되는 건 매우 큰 의미”라고 말했다.
거제시 장목면 김 전 대통령 생가 옆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이미 있지 않냐는 질문엔 “2010년에 아버님께서 거제시에 그 부지를 기부채납하셨다. 거제시에서 생가를 복원하면서 기록관을 아담하게 만든 것이다. 서울에 있는 김영삼도서관은 동작구가 기부채납을 받아 구립 도서관을 지은 것”이라며 “부산에서 건립하는 YS관이야말로 명실공히 진짜 YS기념관”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정치적 찬반 논란에 대해선 “김 전 대통령에 보수 진보 개념을 대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님이 박정희 대통령에 맞서 투쟁했지 않았나. 그땐 보수가, 3당 합당 이후에는 진보가 아버님을 굉장히 비토(Veto)해 왔다”며 “김영삼 대통령은 의회민주주의자면서 반독재에 서서 민주주의를 회복한 지도자로 얘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아버님의 시대를 1990년대까지 본다면 30년 정도 지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다른 대통령은 상당히 빠르게 기념물이 건립됐다. 이제 시작하는 데 여러 가지 목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래관 건립이 기념관보다 우세하게 나온 시민 인식조사에 대해선 “YS관을 놓고 건립이 옳냐 옳지 않냐고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최종적으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YS기념관 건립 대시민 토론회’는 오는 26일 오전 시청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전문가와 관련 기관·단체, 시민,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