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비대위’ 출범과 대통령실 개편을 계기로 본격 드라이브를 걸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구상도 집권 여당이 법원 결정으로 초토화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오랜 여권 내홍을 마무리하고 비대위 체제가 본격 출범한지 열흘도 되지 않아 다시금 대혼돈에 빠지게 됨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도 침묵 속에 그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민의힘 연찬회를 찾아 당·정 ‘원팀’을 외친 지 하루 만에 여당 지도부 체제의 정당성이 사실상 부정당하는 위기에 놓이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이날 연찬회를 방문, “지금부터 당정이 하나가 돼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하자”고 강조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러나 국정 구상을 제대로 펼치며 지지율 반등을 꾀하려던 순간 당정의 한 축이 다시 흔들리게 된 셈이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28일 오전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 대통령실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진복 정무수석, 이관섭 정책기획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등이 총출동했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정치적 상황으로 주요 민생 현안이 지연되지 않도록 당정이 하나가 돼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아직 일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민께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더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야당은 여당의 사태에 윤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어딨느냐,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를 몰아내려고 했던 것 아닌가”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집권당의 혼란과 그에 따른 대한민국 혼란의 책임은 윤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폭이나마 반등하던 윤 대통령 지지율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 조사(지난 23~25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8월 1주 24%까지 하락했던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25%, 3주 28%까지 회복했다가 다시 4주 차 27%로 1%포인트 빠졌다. 지지율 반등을 계기로 40%까지 회복을 기대했던 대통령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