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남 당선인.국제신문DB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 부산·울산·경남(PK) 광역단체장을 모두 석권했다. 39명인 PK 기초단체장도 마찬가지. 16개 부산 기초단체장은 국민의힘이 모두 차지했다. 울산에서는 ‘진보의 성지’로 불리는 동구를 제외한 4곳을 가져갔다. 경남에서도 국민의힘이 18개 기초단체 가운데 14석을 차지하면서 크게 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시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시마저 국민의힘에 내줘야 했다. PK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 있다. 바로 ‘보물섬’으로 불리는 남해군이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 장충남(59) 후보가 국민의힘 박영일(67)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장 당선인은 남해군에서 처음으로 두 번 연속 당선된 진보 성향 단체장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4년 전 군수 자리를 내놓은 박 후보는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장 당선인의 재선 성공은 정당보다는 인물 위주로 투표하는 남해 유권자들의 특징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1~8회 지방선거에서 남해군수는 ▷무소속 후보 3번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2명)과 새누리당(1명) 후보 3번 ▷민주당 후보가 2번 당선됐다.

제1·2회 남해군수 당선인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다. 김 의원은 남해군수 재선을 거쳐 노무현 정부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남도지사를 역임했다. 남해에서 직장인 다니는 김모(58) 씨는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보수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면서 “남해는 정당보다 인물을 보는 유권자들이 많다. 그동안 무소속 후보가 3번이나 당선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남 남해군청.국제신문DB

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도 “올해 지방선거가 대선 직후 치러지다 보니 ‘정권견제론’이 먹히지 않았다”면서 “남해군은 초대 김두관 군수부터 인물론이 잘 통하는 지역이다. 장충남 당선인이 지난 4년간 업무를 잘 수행해 일꾼론이 먹혔다”고 말했다.

장 당선인은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 ▷경찰수련원 유치 ▷남해군 신청사 건립 ▷남해대교 관광자원화사업을 중점 추진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면서 전진하는 남해를 만들어 나가겠다. 편가르기 하지 않겠다. 공정과 청렴을 넘어 따뜻한 정이 넘치는 군정으로 군민을 편안히 모시겠다”고 말했다 .

한편 남해군과 함께 ‘남해안 벨트’로 불리는 거제·통영시장과 고성군수는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고성군수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이상근 당선인이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백두현 후보를 이겼다. 통영시장 선거에선 국민의힘 천영기 당선인이 현직 시장인 민주당 강석주 후보를 꺾었다. 거제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박종우 당선인이 수성에 나선 민주당 변광용 후보를 막판까지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지역정가에서는 “가뜩이나 보수 성향이 강했던 PK 정치지형이 완전히 보수 독점 체제로 기울었다”며 “견제와 균형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을 국민의힘이 잘 새기지 않으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