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지방소비세율 21%로 인상 불구
- 확충분은 조건부 분할 지급 방침 논란

지방정부의 내년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앙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예산이 내년 일정 부분 감액되거나 ‘조건부 3년 분할’ 방식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3일 발간한 ‘2020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지방교부세 ▷지방소비세 등 2개 예산 항목의 내년도 편성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 제도는 모두 지역경제 활성화와 재정 자립도 강화, 지방 분권 등을 위한 것이다. 지방교부세 제도는 중앙 정부가 거둔 국세 중 일부(관련법상 19.24%)를 지자체에 나눠주는 것이다. 2010년 신설된 지방소비세 제도는 부가가치세 중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지방교부세 규모는 총 52조3053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해 편성액(52조4600억 원)보다 1547억 원 줄어든 것이다. 감소율(-0.3%)만 따지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방교부세가 처음으로 감액 편성됐다. 지방교부세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2.9%와 14.8%의 증가율(전년 대비)을 기록했다. 예산정책처는 “감액 편성은 재정 분권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방소비세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조건부 분할 지급’ 방침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지난해 11%였던 지방소비세율을 내년 21%까지 올리기로 하면서 지방소비세 확충분은 총 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부는 8조5000억 원 중 42.6%를 차지하는 3조6000억 원은 일률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이양하는 사업에 지방소비세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내년부터 3년간 나눠서 지급하기로 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렇게 되면 지자체는 자체 사업을 수립하거나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