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서 ‘투자’ 단어 10번 강조
- 고용동향·주 52시간제 등 논의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주재한 것은 세계경기 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약화된 국정 동력을 회복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성과를 통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과 경기 화성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등 대기업 사업장을 직접 찾아 미래산업에 관한 투자 촉진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투자’라는 단어를 10번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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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문 대통령,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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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는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투자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 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투자에 주력해왔다”고 전제한 것처럼 문 대통령은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한 건설투자를 지양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민간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건설투자를 언급하면서 주거공급 확대, 광역교통망 조기 착공 등을 강조한 점으로 미뤄 관련 분야 사회간접자본(SOC)와 생활 SOC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근 경제 현장을 찾아다니며 친기업 메시지를 내놓은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수출기업에 관한 지원 강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독려했다. 시스템반도체·디스플레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의 민간투자나 벤처투자가 증가하는 것을 두고 “우리 경제에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투자 확대 역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경제 동향 및 정책 방향, 최근 고용 동향 및 대응방안, 주 52시간제 현장 안착 추진계획,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동향 및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기, 통상 분쟁, 반도체 가격을 비롯한 대외 여건 악화가 수출 투자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벤처투자 확대, 수출 증대, 신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서 최근 고용 동향에 관해 보고받은 뒤, 청년 고용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체감이 어려운 이유를 분석해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감소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중소기업에 대한 보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탄력근로제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최대한 입법 심의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회 입법상황에 따라 정부가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추가 보완방안을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ASF 방역을 위해 고생하는 일선 공무원, 군인, 농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남쪽 지역으로 확산을 차단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