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총회 아베와 만나면 변곡점
- 10월 일왕 즉위식도 반전 계기
- 강경화 “상황 어려워도 소통”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한일 갈등이 더 큰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본격 시행되는 오는 28일까지 시간이 있다고 보고 한일 갈등을 해결할 외교적 노력도 계속할 방침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회의에 참석 후 귀국하면서 “외교 당국 간에는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소통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 저희의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과 고위급·실무급 협의를 통해 해법 마련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인 만큼 정부 일각에서는 한일 양국 간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가오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를 통해 향후 양국 간 갈등 전개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 화해의 메시지를 낸다면 갈등을 진정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일본 각의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 직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본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점을 고려하면 광복절 메시지 또한 그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유화적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하순 유엔 총회에서 한일 정상이 만날 수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관한 해법을 내놓지 않는 한 국제무대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보도를 감안하면 한일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오는 10월 22일 일왕 즉위식이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축하 사절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관한 한일 간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