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톱다운 방식 비핵화 대화 관측
- 미국, 하노이 노딜 반면교사
- 실무진 차원 협상 병행할 수도
- 靑 “발송 알고 있었다… 내용 함구”
- 문정인 “北 미사일 시설 폐기 땐
- 美, 남북경협 등 상응조치 필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착 국면을 타개할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는 약속을 지켰다”며 “그가 유일하게 발사한 건 매우 단거리였다. 그것은 단거리 (미사일)의 실험이었다. 그건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진 않았지만 “아름답고 따뜻하다. 매우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친서 외교를 통한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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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날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특히 과거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되면서 북미 협상이 난항을 겪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보면 하노이 결렬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중론도 읽을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하노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톱다운 방식에만 기대서는 안 되고 실무진 차원의 비핵화 협상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친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의 공동성명을 상기시키며 종전처럼 톱다운 방식의 대화를 제시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시한으로 제시한 ‘올해 말’을 6개월가량 남겨두고 교착 국면을 돌파하려는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참석을 계기로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대화 재개를 위한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서울에서 한 연설에서 “현 단계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 불신의 정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북한이 (지난해 9월) 평양 선언에서 약속했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설과 미사일 발사대를 조건 없이 선제적으로 폐기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부분적 제재 완화 조치, 특히 남북 사이 경제교류협력과 관련된 조치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가 제안한 ‘조기 수확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특보는 미국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죄와 벌’ ‘긍정적 강화’ 등 두 가지로 나뉜다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자에 아주 집착하고 있는 것 같고, 트럼프 대통령은 후자에 초점을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