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새 모바일 화면 뉴스판
- 콘텐츠제휴 지역언론사는 외면

- 제휴평가위원회 위원 공개 않고
- 내부회의록·평가결과 알 길 없어

- 광안대교 선박 충돌사고 당시
- 베껴쓴 언론사 기사가 우선 노출

네이버의 지역 여론 ‘패싱’은 콘텐츠 제휴사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30일 현재 네이버 모바일은 언론사 44곳과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지역 언론은 단 한 곳도 없다. 대한민국 인구 4분의 3이 살고 있는 지역의 목소리가 네이버의 뉴스 유통을 거치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2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더 심각해졌다.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를 콘텐츠 제휴사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보이는 지역 소식은 ‘날씨’밖에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지역분권화 걸림돌 된 네이버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 간담회의실에서 국제신문 등이 주최한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응’ 세미나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네이버의 행태는 현 정부의 지역 분권화 움직임에 역행한다. 지역 분권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다.

네이버는 서울 언론 중심의 콘텐츠 제휴사 기사를 우선적으로 배치해 지역 여론을 고립시킨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동남권 신공항’ 이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의 숙원이다. 하지만 서울지역 언론사 다수는 ‘대한민국에 대형 공항은 인천국제공항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네이버는 이러한 중앙 중심적 주장을 우리나라 전체 여론인 것처럼 확산시킨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목소리는 사라진다.

30일 오전 국제신문과 김영춘 민주당 국회의원, 김세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응’ 토론회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이 쏟아졌다.

좌장을 맡은 순천향대 장호순(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절대다수가 비수도권에 살지만 정작 지역뉴스를 접할 기회는 엽기적인 사고나 대형화재 등 큰 사고가 발생한 경우뿐이다. 지역민들은 권리를 침해받고 있지만, 이런 현실을 인식조차 할 수 없다”며 “민주국가의 척도는 지역 여론이 얼마나 반영되는가에 있다. 민주주의 회복 차원에서라도 지역언론 패싱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지역뉴스를 외면하는 이유로 수익성을 들었다. 그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뉴스는 조회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포털은 전국의 남녀노소가 관심을 가질 기사를 초기화면에 배치해야 수익이 늘어난다”며 “이 때문에 3000여개의 지역언론사가 매일 힘들게 만들어내는 지역뉴스들은 인터넷에는 있지만 보는 사람은 없는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네이버가 지역신문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한다고 충고했다. 장 교수는 “거대 공룡 네이버는 오만하다. 아무리 지역 차별 철폐하라고 해도 쇠귀에 경읽기다.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토론회에도 불참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네이버를 질타했다.

■아무도 모르는 뉴스제휴평가위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국제신문과 김영춘 의원실, 김세연 의원실 공동주최 열린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응’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거센 비판 여론에도 네이버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는 콘텐츠 제휴사 선정을 위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운영한다. 네이버는 제평위 위원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제평위 내부 회의록도 비밀에 부친다. 평가 결과조차 비공개다. 제평위는 법적 책임이 없는 임의기구다. 그런데 언론사의 포털 유통망 입점과 퇴출을 결정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를 생각하면, 사실상 언론 규제기관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안인석 국제신문 디지털미디어 국장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도 위원 명단과 회의 내용 공개해야 한다”며 “온라인에서 언론사의 생사를 쥔 제평위가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해산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도형 문체부 미디어정책 과장은 “네이버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정치권이 나서 현재 한시법인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을 상시법으로 바꾸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지역신문 지원은 한계가 있다. 페이퍼 위주 지원에서 온라인으로 지원을 전환하려고 해도 정부나 신문사 모두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힘 빠지는 지역 기자들… 지역 권력 견제 위기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국제신문과 김영춘 의원실, 김세연 의원실 공동주최 열린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응’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우기자

네이버의 지역 언론 무시가 지역 토착 권력을 강화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월 발생한 러시아 선박의 광안대교 충돌 사고가 단적인 예다. 사고 당시 국제신문을 위시한 부산지역 언론은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네이버의 뉴스 검색 결과에 노출된 기사는 서울지역 언론의 ‘베껴쓰기’ 기사였다. 발로 직접 뛰며 땀 흘려 쓴 부산 언론사 기사보다 서울지역 언론사의 ‘베껴쓰기’ 기사에 더 많은 독자가 몰리도록 네이버가 조장한 셈이다.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은 “전국 지역신문 노동자가 수천 명이 넘는다. 이들이 쓴 기사가 네이버의 유통망에 짓눌려 증발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써도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지역언론 기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그릇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책은 없는가

장호순 교수는 “지역 언론사가 그동안 포털의 독과점 횡포를 고발하고 저항하기보다 포털을 이용해 자사 뉴스 조회 수를 늘리는 데에만 관심을 가져왔다”며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한 지역사회의 디지털 독립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기 교수도 “지역언론이 살기 위해서는 자체 앱 개발 및 다양한 신문사들과의 상호연결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독자들이 중요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를 풍부하게 갖추면서 고유한 콘텐츠 개발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인석 국장은 “발제에서 이상기 교수가 얘기했듯이 지역신문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되면 안 된다. 대신협(대한민국지방신문협회)과 한신협(한국지방신문협회) 등 지역신문단체가 뭉쳐서 네이버에 대응해야한다”며 지역언론의 하나된 목소리를 요구했다.

전대식 의장은 “이자리에 네이버 관계자는 안왔다. 사고 친 사람이 빠진 셈이다. 며칠 전 지역신문노조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간담회를 했다. 답은 나와 있다. 결자해지, 네이버가 나서야한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어 “네이버는 각계 의견을 듣고 콘텐츠제휴를 지역신문에도 확대하고 입점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참석 국회의원 명단(가나다순)

▷김영춘 ▷김정호 ▷김해영 ▷박재호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세연 ▷김정훈 ▷유재중 의원(이상 자유한국당)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

유정환 김준용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