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우리나라는 법적인 근거가 없으면 과감한 행정을 펼 수가 없다.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게 법령을 폭넓게 해석해줘야 한다”며 “감사원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아직은 공직 문화가 굳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임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을 하면서 한국 공직사회가 도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이 특보의 언급에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실패와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 시절 벤처기업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대부분 실패했다. 그러나 그걸 인수한 사람은 성공했다. 창업자가 8~9부 능선까지 올라갔다가 마지막 고비를 못 넘겼던 건데 인수자가 앞 사람의 실패를 교훈 삼아 성공률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특보는 “실패해도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뒷배가 튼튼해야 앞으로 나간다”고 언급했다.
혁신과 관련해서는 창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정동 특보는 “중국은 벤처기업이 정부의 힘으로 창업하고 성장한 뒤 실리콘밸리에 가서 큰돈을 번다”며 “현장의 공무원이 민간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장 책임자가 도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제민 부의장은 공공부문 확대에 관한 국민의 거부감 문제를 언급하며 “공공부문 확대와 더불어 공공부문 개혁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사람을 자르는 개혁이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방향성을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재정을 긴축해온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확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정확장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직원에게 이 특보의 저서인 ‘축적의 길’을 선물했다. 책 속에 ‘이제 새로운 세계를 우리가 설계할 수 있습니다. 나의 실패를 우리 모두의 경험으로 만들면 나의 성공이 우리 모두의 행복이 될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실린 책갈피를 함께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