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내 반발 … 경남의원 동행 안해

- 전과 논란 김대준 비대위원 사퇴

취임 직후부터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해 온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노무현 정신’을 빌어 한국당의 변신과 문재인 정부 때리기를 동시에 진행 중이지만 당내에서는 전통적 지지층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방명록에 ‘모두, 다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 위원장은 면담을 마친 뒤 “정치적인 이야기는 없었다”고 소개했다.

임시 지도체제지만 한국당 지도부가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노 전 대통령 추도일(5월23일)이 아닌 시기에 한국당 계열 당 지도부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 것은 2015년 2월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은 게 유일하다. 한국당은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의 9주기 추도식에도 지방선거를 이유로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봉하마을 방문은 취임 직후부터 보여온 ‘친노무현 행보’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비대위원장으로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가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지금 사회에는 국가주의가 곳곳에 들어가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현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중시한 ‘자율의 가치’를 따르지 않고,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출세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라”고 하자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다”라고 맞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노무현 정신’을 끌어온 것은 다각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참여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경제 실정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동시에 한국당에 덧씌워진 ‘수구’ 이미지를 걷어내고 외연 확장을 위한 시도로도 해석된다. 인적 쇄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여권과의 정책 대결로 돌파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지지 분위기가 많지만 반발도 감지된다. 한국당 세력과 노 전 대통령 일가는 악연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봉하마을 방문에 한국당 소속 경남 의원들은 모두 불참했다. 한편 음주 운전을 포함한 전과기록 등이 알려지면서 도덕성 논란에 직면한 한국당 김대준 비대위원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