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조강특위서 결정된 경선
- 최고위가 뒤집어 단수후보 선임
- 일방통행식·날치기 심사 등
- 비민주적 과정에 내부갈등 심화
- 당내 인사들 침묵에 비판 거세

더불어민주당의 지역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 제기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이게 진정 민주당의 모습이냐”는 비판과 자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비민주적인 지역위원장 선임 과정에 대해 당내 인사들이 침묵과 눈치보기로 일관하면서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를 기치로 내걸었던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후보 공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차기 시장 출마와 부산 정치의 주도권을 놓고 지역 국회의원과 비선 그룹, 공천관리위원회 등이 ‘제 사람 심기’식으로 원칙 없는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과 당 내부에서도 후보가 없어 고민하던 민주당이 처음으로 ‘공천다운 공천’을 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발생했다며 면죄부를 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방선거 직후 진행된 지역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또다시 계파 간 갈등과 반목이 표출됐다.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의 후보자 면접이 없었고 당헌·당규에 명시된 경선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중앙당 최고위원회는 조강특위에서 결정한 경선 방침을 명확한 이유도 없이 뒤집고 단수후보를 선임하는 등 과거 보수 정당이 보였던 구태를 드러냈다.

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회 공모에서 탈락한 한 인사는 “후보 5명의 경선은 고사하고 면접도 없이 일방통행식, 날치기 심사를 했다. 2년 전 분노하고 절망하며 새누리당을 떠날 때 맡았던 그 역겹던 악취가 이번에는 민주당에서도 풍기는 것 같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 16일에는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탈락한 주창근 전 남구갑 지역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지역위원장 공모에서는 ‘더불어’도 없고 ‘민주’도 없다”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당내에서는 어떤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 공모에서 탈락한 당사자들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뿐 이번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지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또 패기와 정치 혁신을 앞세워 부산시의회에 대거 입성한 정치신인들도 당내 혼란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문 채 눈치보기만 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선출직 의원은 18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 당 내부에서 해당 행위라는 올가미를 씌워 입을 틀어막는 게 지금 분위기”라며 “공천을 받아 당선된 선출직들도 이미 비겁해졌고 기득권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가장 민주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할 민주당이 지방선거 압승에 도취돼 당의 정체성과 정도를 잊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