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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회담 앞두고 태도 바꾼 김정은에 압박 메시지

북미 정상회담 재고 시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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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  입력 : 2018-05-23 20:17:1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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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회담 앞둔 기선잡기

- “뚜렷한 성과 있어야 회담 나설 것”
- 시간에 쫓겨 끌려가지 않겠다 의지

# 판은 깨지 않겠다

- 체제 보장·경제지원 ‘트럼프 모델’
- ‘유연성’ 발휘한 일괄타결론 밝혀
- 폼페이오 “북미회담 개최 확신”
- 회담 회의론 불식·의지 재확인도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북한의 어깃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안 하거나 연기할 수도 있다”고 대응하면서 북미가 치열한 수 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과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 혹은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회담 연기론’ 피워 맞불 놓기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이 같은 발언을 처음으로 하게 된 배경과 진의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북미 정상회담 일정 확정 등 순조롭게 흘러가던 북미 대화 국면에서 북한이 판을 흔들고 나선 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가 똑같이 회담 연기·재고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대화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는 명확해 보인다.

선제 공격은 북한이 했다.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한 북한은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리비아식 모델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 등을 요구하는 미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망발’로 규탄하며 북미 회담 재검토를 시사했다. 담화문은 미국이 비핵화의 선결조건인 체제 보장과 관련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보상과 혜택만 강조하는 것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미국이 체제 보장을 약속하라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는 리비아식 모델과는 다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제 보장 및 북한의 경제적 번영 지원 등 ‘당근’을 꺼내 들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20일 앞두고,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연기론을 불쑥 제기한 것은 시간에 쫓겨 북미 정상회담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6월 12일에) 회담이 안 열리면 아마도 그 뒤 다른 시기에 열릴 것”이라며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 ‘판은 깨지 않겠다’는 의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우리가 원하는 어떤 조건들’은 ‘CVID에 대한 일괄 타결’로 해석된다. 그동안 미국이 북한을 향해 합의가 불발될 경우 ‘리비아 모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해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연기 카드를 꺼낸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회담 일정 연기에 방점이 찍히기보다는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어야만 회담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압박용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그(김정은)는 안전할 것이고 행복할 것이며,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는 말로 북한에 대한 보상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조 달러를 지원받아 ‘가장 놀라운 나라’로 발전했다고 설명하면서 북한도 한국과 같은 민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판을 깼다는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속내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일괄 타결’ 원칙을 밝히면서도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는 어떤 물리적 이유가 있다”고 말해 물리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에는 최단 기간 내에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존 ‘일괄 타결’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그 실행 과정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확신한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회의론을 불식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백악관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리비아식 모델이 아니라 ‘일괄 타결, 혹은 속전속결 이행을 전제로 한 최소 단계의 비핵화’ 방식을 제시함에 따라 공은 다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북미 간 비핵화 방정식을 풀기 위한 물밑 조율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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