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영향력 회복 노린 중국

- 미 매파 안보수장 볼턴 등장에

- 북미협상 조력자 필요한 북한

- 양국 이해관계 맞아 만남 이뤄져

- 비핵화·제재 완화 등 논의한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중국도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냉랭해진 북중 관계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복원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방중한 북한 고위층이 누구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직접 방중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일 위원장이 그해 5월 말 중국을 전격 방문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음 달 말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상국가로서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데 신경을 써 온 북한이 최고 지도자의 방중을 이처럼 극비리에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또 김 위원장은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은 물론 다른 나라를 방문한 적이 없다.

특별열차를 통해 베이징을 방문한 인물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일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임신 중으로 알려진 김 부부장이 항공편보다는 열차를 선호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한 바 있는 김 1부부장이 이번에도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면 이는 남북 정상회담과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여겨지는 중국 입장에서는 대북 영향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직접  갔다면 이는 중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려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중국도 대북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협상이 잘 풀려 대북 제재가 완화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협상이 좌초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중국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북한에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 내정하면서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중국을 북미 협상의 조력자로 두려고 양국 관계 복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방중한 인물이 김 위원장으로 확인된다면 북중 고위급 교류는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이후 4개월 만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쑹 부장을 만나지 않았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