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정세·김일성 생일 고려
- 비핵화 논의 시작 여건 만들기
- 북미 평행선땐 돌파구 역할 기대

남북이 제3차 정상회담의 개최 시점을 ‘4월 말’로 합의한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회담 개최까지 한 달 보름가량 남았다. 2007년 2차 정상회담 당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에 여유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남북은 한 달도 남기지 않은 8월 5일 ‘8월 28∼30일’ 개최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당시 회담은 북한이 수해 복구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그해 10월 4일 열렸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준비 기간을 잡은 것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전에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간 대화가 시작돼야 정상회담 때 남북관계나 비핵화 논의에서 더욱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특사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한 방북 초청 의사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은 ‘북미 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렇다고 북미 대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정상회담을 오는 5월 이후로 미루면 지금의 대화 동력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5일’이나 광복절(8월 15일)까지 기다리기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너무 긴박하다는 것이다. 만약 북미 간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신속하게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훈련이 다음 달 초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택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훈련이 대폭 조정되지 않는 한 다음 달 말에도 훈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작할 때보다는 긴장감이 상당히 잦아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행사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하는 김일성의 생일(태양절)이 4월 15일이어서 그 전에 정상회담을 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1948년 4월 말 평양에서 김구, 김일성 등이 참석한 남북연석회의가 열렸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가 남북연석회의 70주년이다. 북한이 연석회의의 의미를 이어받자는 주장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해 날짜를 골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