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5개월 만에 北고위급 방문
- 개막식·건강 등 소소한 대화나눠
- 김영남 “올해가 획기적 전환점”
- 남북 정반대 의미 오징어·낙지
- 김여정 “그것부터 통일을” 웃음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사전 리셉션 현장에서 김 상임위원장과 처음 만난 이후 북한 대표단과 다섯 차례 만나는 성의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대표단 간 2시간50분에 걸친 오찬 회동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얘기부터 시작해 건강, 등산 등 소소한 얘깃거리까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북측 고위 인사들이 청와대를 찾은 것은 8년 5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상임위원장에게 “(어제) 밤늦게까지 고생하셨다. 추운데 괜찮으셨나”라는 말로 안부를 물었고 김 상임위원장은 “괜찮다”고 답했다. 김 제1부부장도 “대통령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괜찮았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과 함께 신영복 선생의 서화 ‘通’과 판화가 이철수 선생의 한반도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분단 극복과 통일을 염원하는 뜻이 작품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접견에서 김 제1부부장은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임을 밝히고 파란색 파일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시라고 요청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혼자 친서를 읽고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화답한 뒤 남북 관계 발전에 북미 간 조기 대화가 필요한 만큼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당부했다.
접견 이후 충무실에서 열린 오찬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올해가 북남 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은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한을 자주 방문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남북 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총괄했던 일, 2004년 7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어머니를 모시고 금강산을 방문했던 것 등을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이 1928년생이라는 것을 전해 듣고는 “어머니가 1927년생이신데 건강관리 비법이 무엇인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덕담을 전했다.

후식으로 나온 호두과자 등 음식 얘기가 나오자 오찬에 동석했던 임종석 비서실장은 “남북한 말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고 말했고 이에 김 제1부부장이 “그것부터 통일해야겠다”고 답해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