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모든 옵션 韓동의 약속”
- 한반도 전쟁불가론 재차 쐐기
- 북핵 도움되면 특사 고려 밝혀
- 日 과거사 문제, 협력 별개 강조

- “복지재원 지금 증세로 충분” 반박
- “더 센 투기대책 주머니에 있다
- 정권에 장악당한 언론도 책임
- 탈원전 공론조사 합의 따를 것”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간의 입장이 다른 것 같다’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멈추게 하고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같다”고 일축했다.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기자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 더는 위험한 도발 말아야”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언급한 레드라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더욱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 더는 위험한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협상과 관련해 “적어도 (북한이)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기자의 강제징용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부분은 (노무현 정부 때) 한일 회담 당시 알지 못했던 문제였다. 위안부 문제가 알려지고 사회 문제가 된 것은 한일 회담 훨씬 이후의 일이다. 강제 징용자 문제도 양국 간의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외교부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합의 경위 파악과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 문제 대로, 한일 간 협력은 협력 대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복지 재원, 현 증세 수준으로 감당”

문 대통령은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추가적인 증세 대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발표한 증세 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 기존의 재정 지출을 구조조정해 세출을 절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적인 세수 확대, 기존의 세법 아래에서도 과세를 강화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른바 ‘부자증세’로 복지 재원을 확보하되, 필요하다면 누락된 세원을 발굴하는 등의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는 뜻이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른바 ‘풍선효과’ 등으로 투기세력이 부동산 대책을 피해 나갈 경우 추가적인 대책이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더 강력한 (투기)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보유세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보유세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공공성·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했던 지난 정권도 나쁘지만, 그렇게 장악당한 언론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 “지역 공약, TF 꾸려 차근차근 진행”

문 대통령은 울산 신고리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신고리5· 6호기의 경우 애초 저의 공약은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신고리5· 6호기는 공정률이 꽤 이뤄졌고, 중단될 경우 추가적인 매몰 비용도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공론조사를 통한 사회적 합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적어도 6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는 것이다. 앞으로 유사한 많은 갈등 사안을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모델로 (공론화위를) 그렇게 삼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 공약 추진을 위한 TF 구성이 지연되는 데 대해 “지금부터 TF를 구성해 하나하나 다듬어가야 할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정과제에서 지역 공약이 후순위로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