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심원제는 판결 성향 강해
- 공론조사와 달라, 오해있어
- 우린 결정권자 돕는 역할만”

- 표본 추출 가중치 부여 등
- 구체적 사안 향후 논의 밝혀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애초 정부 발표와 달리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고, 공사 재개와 중단 등 최종 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 결정을 위한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권을 정부에 넘긴 것이다. 첨예하게 갈리는 찬반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신고리5·6호기 공사 재개와 중단 결정을 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론화위는 27일 2차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우리는 공론조사 방식을 따른다. 조사 대상자들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또 공론화위는 “공론조사와 배심원제가 상당히 다른 방법인데, 혼용됐다. 처음에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신고리5·6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찬반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공론조사 내용을 그대로 보고서로 만들어 정부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공론화위는 “1차 조사를 하고, 그중에서 표본을 추출해 2차 조사를 하며 숙의 과정을 거쳐 다시 3차 조사를 진행해 각각의 조사 결과에 변화가 있는지 관찰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정부에 권고하면 대통령 등 결정권자가 최종 결정을 하는 데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즉, 신고리5·6호기 재개 여부는 시민배심원단이 아닌 정부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애초 정부가 고려한 방안은 공론화위가 공론화 의제를 만들고 공론조사와 관련한 설계를 한 뒤 배심원단을 꾸려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또는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론화위는 시민배심원제가 아닌 공론조사 방식을 취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이희진 공론화위 대변인은 “시민배심원제는 판결의 성향이 강한 반면 공론조사는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시민배심원제는) 위원회의 취지에 맞지 않고 배심원들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종 결과보고서에는 공사 재개 여부에 대한 결정이 아니라 갈등 해결 차원의 권고안이 담길 예정이다. 위원회는 1차 조사 이후 원전 건설 찬반 양측의 입장 표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론조사 참여자들이 결정된 이후 1개월 동안 찬반 전문가 토론, 자료집 등 정보를 제공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최종 조사는 오는 9월 말 또는 10월 21일 이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공론화위는 최종 공론조사 결과를 국무총리에게 전달한 뒤 해산한다. 또 공론화위는 “절차 설계 과정에서 원전 인근 주민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표본을 추출할 때 가중치 부여 여부 등 구체적 사안은 앞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민배심원단의 최종 결정 권한을 놓고 국가 에너지 정책 및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손에 맡긴다는 점에서 전문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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