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회의서 외교 다변화 주력
- 대북압박 강화 논의 주 이룰 듯

- 재독 교포 초청 간담회 참석
- "파독 광부·간호사 모두 애국자"

5일 독일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쾨르버 연설문' 내용이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애초 독일 연설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북한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더는 '평화'를 얘기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쾨르버 연설문'이 대폭 수정됐다. '베를린 선언' 수준으로 하려고 했는데 (북한 미사일 도발) 상황이 생겨 (연설문에서) 들어낼 것은 들어냈다"고 밝혔다. 쾨르버 연설문은 '무력 도발은 원천 봉쇄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6일(이하 현지시간)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이뤄지는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복원할 복안 및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담은 이른바 '신 베를린 선언'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 대통령은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에 관해 국제적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을 벗어나 EU(유럽연합) 등 외교 관계도 다변화하는 데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제재·대화 병행 방침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대북 압박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주변 4강과 잇달아 양자 회동을 하면서 북한 문제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양자 회동을 한다. 지난주 정상회담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청하는 형식의 한·미·일 3국 정상 만찬회동에도 참석한다. 4강과의 회동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대북 압박 강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독일 베를린에 도착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한독 정상회담을 하는 등 G20 회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하얏트호텔에서 재독 교포 200여 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북한이 여전히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한미 간 공조는 굳건하고 갈등 요인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과거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이 평화와 통일의 상징이 됐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모습이다. 우리의 미래가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특히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교포들이 참석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역만리 독일의 뜨거운 막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병원의 고된 일을 감당하신 여러분의 헌신은 대힌민국이 기억해야 할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