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과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다'는 말이 적절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에 의아함을 표하다가 이제는 무작정 불리고 싶어, 부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경욱 의원을 향하는 시민들의 문자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21일 한 시민이 보낸 항의문자에서 시작됐다. 항의문자에 불쾌감을 느꼈던지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민에게 짧은 답장을 보냈다.

욕설을 보낸 것도 아닌데, 민 의원의 답장은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다름 아닌 발신자의 이름 세 글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인 사찰' 논란이 일었다. 민 의원이 한 명의 이름을 불러준 것으로 시작한 답장의 파장은 일파만파 커져, 또 한번의 '연쇄 문자 항의'가 됐다.

민간인 사찰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민경욱 의원은 시민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었던 경위를 밝혔다. 그때 등장한 것이 '콜앱'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이다. 이에 해당 어플리케이션의 이름 역시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에 이제는 민경욱 의원과 더불어 '콜앱'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콜앱' 사용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낸 발신자의 이름을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민 의원이 사용한 '콜앱'의 불법성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어플리케이션은 가입과 동시에 정보이용에 자동으로 동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동기화돼 콜앱으로 넘겨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해당 어플리케이션이 휴대전화번호 외 다른 정보를 수집하여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면 명백히 불법이다"라며 "정보제공동의 또는 그에 준하는 동의를 하지 않았을 경우 해당 서비스는 정보통신망법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누리꾼들은 민경욱 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사실을 알고, 초기에는 "지금 협박하는거냐"고 강경히 대응한데 반해 이제는 "우와 국회의원이 내 이름 불러줬다!", "기자회견 나와서 문자보낸 사람들 이름 좀 불러달라. 방송타면 얼마나 좋겠냐", "갑자기 이름이 기억 안나는 일이 있다면 민경욱에게 묻자"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한민족이 '해학의 민족'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