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청 인사검증 시스템에 맹공

- 청 "인선과정 현실적 제약 많아
- 넓은 마음으로 이해 바란다" 사과
- 일부 잘못 있어도 인선 강행 의지

새 정부 내각 인선에서 '위장 전입' 딜레마에 빠진 문재인 대통령이 일단 자세를 낮추고 '돌파'하는 모양새다. '원칙'을 앞세우면 조각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능력'을 내세우면 스스로 원칙을 어기는 데다 인사청문회의 존재 의미마저 흔드는 결과를 낳는 상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마저 위장 전입 논란이 불거지자 야권은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맹공을 가했다.

청와대는 26일 "인선 과정에서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한다.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일부 잘못이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이란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며 '5대 인사원칙'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3명의 후보자로부터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회 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임 실장은 '위장 전입'과 관련된 후보자들의 해명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장녀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주소를 친척집으로 두면서 위장 전입을 했으며, 청와대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를 먼저 공개했다. 위장 전입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강 후보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해 발탁했다고 스스로 해명했다. 위장 전입의 경우 부동산 투기 목적이나 진학 등 성격이 다를 수 있는데, 위장 전입 하나만으로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임 실장은 "관련 사실에 대해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그리고 시점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위장 전입 문제는 사전에 알지 못한 것인지, 알고도 숨기려 한 것인지 등의 논란도 남아 있다. 임 실장은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저희도, 본인도 인지하지 못했지만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검증을 했고 흔히 우리가 말하는 위장 전입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 차원으로 검경 등 권력기관의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대통령 스스로 도덕성 잣대를 완화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