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고시출신 개혁파…검찰 긴장
- "민정수석 수사지휘 관행 잘못
- 검경 수사권 조정 나설 것"
- 김수남 검찰총장 전격 사의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비검찰 출신 소장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기용하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조 신임 민정수석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한 이날 김수남(57·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임기를 6개월여 남기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도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1호 개혁 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 |  |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도 통화를 하며 양국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 제공 |
■ "1년 안에 검찰 개혁 이행"
조 수석은 이날 인선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일성'으로 강조했다. 그리고 검찰 개혁의 시한을 1년으로 못 박았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검찰개혁 과제를) 다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주로 검찰 출신이 맡아온 민정수석에 조 교수를 임명할 때부터 검찰 개혁을 겨냥한 인사를 할 것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강하고 빠른 검찰 개혁드라이브가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변호사 출신인 자신이 민정수석, 판사 출신인 강금실 씨가 법무장관을 각각 맡아 추진한 검찰 개혁이 한계를 보였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취임하자마자 검찰 개혁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혁의 내용도 파격적이다. 조 수석은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 외부인 참여 등을 직접 거론했다. 이런 조처가 성공한다면 검찰은 외부의 감시를 받으면서 기소권만을 갖는 수준으로 권한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공수처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공수처 설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고, 문 대통령의 소신이다. 공수처 설치가 진정으로 검찰을 살리는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가진 막강한 권력기관인 검찰의 힘을 신설될 공수처와 경찰 등에 나눠줌으로써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조 수석은 검찰의 인사권과 수사권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사는 검찰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검증만이 민정수석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 검찰총장 사퇴, 태풍 속으로
김 총장이 이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은 '개혁폭풍' 속으로 빨려드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공석인 법무장관과 총장에 개혁적 인사를 기용해 검찰 개혁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연스럽게 후속 인사로 이어져 검찰 내 인적 쇄신과 함께 개혁 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정권 교체기에 이뤄지는 '물갈이 인사'가 아니라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활용할 개연성이 커 전례 없이 인사 격랑이 몰아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조직적 변화와 권한의 조정까지 진행되면 검찰의 위상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수석은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향후 검찰 조직은 수사권·기소권, 영장 청구권, 조직 구성, 인사 방식 등에서 대대적인 개편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