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보수 오가다 양쪽서 협공
- 당내 입지·영향력 약화 불 보듯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9일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을 찾아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대선 패배를 승복하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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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대선 투표일인 9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한때 안풍(안철수 바람)으로 불리면서 대선 정국을 좌지우지했던 안 후보의 향후 정치적 입지는 '안갯속'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정치권의 시각이다.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패하며 득표력에 한계를 보인 데다 이념적으로도 진보와 보수를 오가면서 향후 정치적 정체성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호남과 중도 보수로 구성된 정치적 기반이 더 이상 유효한 지지그룹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부상하면서 안 후보는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 후보의 중도보수 정치실험이 결국 진보와 보수진영 간 대결구도 속에서 사실상 좌초했다는 면에서 앞으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선대위 개표상황실을 찾아 대선 패배 승복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문 당선인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어 앞으로 벌어질 정계개편 과정에서 안 후보가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살아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당내에서 안 후보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도 '김종인 태상왕-박지원 상왕론'에 시달렸다. 그만큼 정치적 경륜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을 흡수해야 하는 민주당이 끊임없이 국민의당과 통합을 시도하고 호남 민심도 집권당이 된 민주당으로 흐를 경우 안 후보가 호남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안 후보가 호남과 중도층이라는 좁은 정치적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정치 생명을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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