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권 일각에서 다시금 '박근혜 대통령 하야론'이 새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에 담긴 대통령 연설문 등이 폭로돼 '비선실세 국정농단' 게이트가 촉발한 초기와는 달리 이번 하야론은 자유한국당 등 여권에서 먼저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 하야론'에 대해 "이 문제는 이미 청와대도 검토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한 정 원내대표는 "이걸(대통령 하야 또는 자진사퇴) 다시 해야 할지는 저희가 연구를 좀 해보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조건이 있다. 대통령의 자진 하야와 여야의 정치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국론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국정농단 게이트가 촉발된 초기 '하야하라'는 요구는 야권과 시민사회로부터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 측이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자 국회는 탄핵소추안 카드를 꺼내들었고, 결국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여권 분열'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식에서 '3월 13일 탄핵 여부 결정'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실제로 헌재가 이에 맞춰 판단을 내리려는 듯한 모습을 취하자 대통령 측은 다급해진 모양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하야' 카드는 최대한의 실리를 챙길 수 있는 한수로 보인다.

우선 직무 정지 상태이긴 하지만 박 대통령이 마음을 먹는다면 그의 사퇴를 제지할 만한 법적 근거는 없다.

탄핵이 아닌 하야를 선택할 경우 박 대통령은 적어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는 예우 만큼은 누릴 수 있다.

정치권이 박 대통령 하야와 동시에 시작될 60일 간의 '대선 레이스'로 분주해지는 시점에서 자유한국당은 상당한 정치적 동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야는 탄핵이라는 법적 심판을 피해 이뤄지는 것인 만큼 여권은 다시 한번 '상처받은 채 스스로 물러난' 박 대통령을 상징으로 내걸고 보수 대집결을 주창할 명분을 얻게 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박 대통령 자진하야론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언급한 '4+4 대연석회의를 통한 정치적 해법 모색'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