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측 "재판 공정성 의구심"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증인 신청과 증거조사 요청을 모두 일축하는 등 소송지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다음 달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론을 내도록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재는 20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서 불출석 증인에 대한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이날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각각 해외출장과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는 두 사람 모두 재소환하지 않기로 했다.

헌재는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을 심판정에서 틀어보자는 박 대통령 측의 증거조사 신청과 고 씨를 다시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불필요한 진술로 심리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헌재는 또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 출석 여부를 22일까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 측이 최종변론 기일을 3월 2, 3일로 연기해 달라고 한 것 역시 대통령 출석 여부 등을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재판부가 정한 기일에 출석해야 한다. 변론 종결 이후 출석하겠다며 기일을 열어달라는 것은 받아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변론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이 출석 의사를 밝히며 변론 재개를 요청해 심리를 지연시키려는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 측이 대통령 출석 시 헌재와 국회 소추위원단의 신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에 대해서도 이 권한대행은 "재판부 검토 결과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출석하면 재판부와 소추위원단 신문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은 "재판 진행의 공정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반발했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신문을 받는 게 국격을 위해 좋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변호사는 헌재가 대통령 측의 고 씨 증인 신청 및 '고영태 녹음파일' 증거 신청을 모두 기각한 데 대해서도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