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룡 전 장관 인사전횡 증언

- "세월호 참사후 문화계 손질 시작

- 자니윤 관광公 감사 반대로 사임"

- 대통령측 증인 무더기 기각당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자니 윤 씨를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반대하다가 사임했다고 증언했다.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장관은 "2014년 5월 19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제는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자니 윤 씨를 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날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런 지시가 내려와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와 가까이 지냈던 청와대 수석들과 상의했는데 그들도 안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자니 윤 씨를 불러 "감사에 임명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감사에 해당하는 대우를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자니 윤 씨도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에 보고했더니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고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며칠 후에 '다음 개각에서 빼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이 임명된 이후 박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 전 장관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김 전 실장에게 아주 큰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이 공안통치를 하는 사회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다 함께 안고 가는 등 문체부 소신대로 일을 진행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내려보내면서 전횡이 시작됐다고 유 전 장관은 밝혔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문체부 '건전콘텐츠 태스크포스(TF)'는 사실상 청와대의 좌파 인사 지원 배제 지시를 받고 구성됐으며, 김 전 실장이 영화 '변호인'을 지원한 것을 질책하자 그 책임을 지고 신용원 당시 콘텐츠실장이 강제로 퇴직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직후 박 대통령에게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 국무위원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박 대통령은 "그럼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의견을 내가 들어야 하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또 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면담한 자리에서 블랙리스트를 멈춰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무더기로 신청한 39명의 증인 중 김 전 실장 등 10명만을 추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불복하고 다시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