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의 변호인, 불구속 호소

- "대가성·부정청탁 없었다
- 대통령 요청 거부하면
- 경영상 불이익 등 감안해야
- 국내경제 악영향 고려를"

# 특검 "사안 중대 구속 마땅"

- 최순실 페이퍼컴퍼니 설립
- 세금 등 제반 사안 모두
- 삼성이 도왔단 진술 내밀어

18일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서울중앙지법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 간 불꽃 공방이 펼쳐졌다. 특검팀은 특검보 등 수사 검사 4명을 투입하는 화력으로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총수 구속'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으려는 삼성은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과 국내 최고라고 자평하는 미래전략실 법무팀을 총동원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빠져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사익 추구 위해 뇌물 공여"

특검팀에서는 양재식(52·사법연수원 21기) 특검보를 필두로 정예 수사 검사 4명이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사익을 위해 회삿돈을 빼내 430억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 측에 제공한 혐의가 매우 무겁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 씨 측에 430억 원대 금전 지원을 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최 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레스포츠'와 맺은 213억 원대 컨설팅 계약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개입을 위해 '기획 설립'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16억 원대 후원 ▷미르·K스포츠 재단의 204억 원대 출연금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특검팀은 또 박 대통령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깰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특검은 "삼성이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비롯해 지원 방식과 세금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한 점에 비춰 삼성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최 씨가 지난해 7∼8월 독일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할 때 삼성이 법률 자문, 회계 처리, 조세 등 제반 사안을 지원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소명할 물증과 관련 진술이 충분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검 관계자는 "앞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원활한 조사를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며 "구속영장 청구 사유 소명은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 "사실상의 강요·공갈 피해자"

이에 맞서 법관 출신으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인 문강배(57·연수원 16기) 변호사가 이끄는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지원금의 대가성과 부정 청탁은 어떤 경우에도 없었다는 점을 호소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성열우(58·연수원 18기) 팀장(사장)을 필두로 한 미래전략실 법무팀도 총력 지원에 나섰다.

변호인단은 박 대통령의 강압으로 지원을 한 만큼 삼성이 사실상의 강요·공갈 피해자라는 점도 내세웠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일을 거부할 경우 경영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할 수 없이 지원했다는 주장이다. 뇌물수수와 달리 뇌물공여는 공갈과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만큼 이 부회장을 공갈 피해자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게 변호인단의 입장이었다.

동시에 매출 300조 원이 넘는 국내 1위 기업의 총수가 구속될 경우 초래될 경영 공백과 투자·고용 차질,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열거하며 불구속 수사를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이날 심사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뇌물공여 혐의에서 대가성 여부였고, 충분히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