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인양 늦추란 지시 안 해
- 사고 당시 대통령 머리손질 몰라
- 관저 사사로운 생활 알 길 없다"

- 미르·K재단 설립 전 정지작업
-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도 부인

7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장에 나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최순실 씨와의 연루설 등 핵심 의혹들에 대해 "모르겠다"는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법률 미꾸라지'라고 부를 만큼 노련한 김 전 실장에 특위 위원들이 판정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순실 만난 적 있는 사람? " 손들지 않은 김기춘-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를 만난 적이 있는 증인은 손을 들라'는 특위 위원의 주문에 김기춘(오른쪽 두 번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제외한 김종(왼쪽)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차은택(왼쪽 두 번째)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 고영태(오른쪽)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손을 들고 있다. 이용우 기자

김 전 실장은 이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고도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머리 손질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 근로계약서에 정모 씨가 계약직으로 헤어(미용사)로 계약했는데 임명권자가 김 전 실장"이라는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의 지적에도 "총무비서관실에서 했는데, 명의가 내 앞으로 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응했다.

그는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질의에 "당일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셨다고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당일 박 대통령이 의료 진료를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관저에서 사사롭게 일어나는 일은 알지 못한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의 존재를 정말 몰랐느냐"는 물음엔 "전혀 모른다. 이번에 '태블릿 PC'가 발견된 뒤 (최순실을) 알았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최 씨가 차은택 감독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차은택을 한 번 만나보고 문화 융성에 대한 의지를 파악해 보고하라'고 했다"며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이 가보라고 해서 만났다"고 답변한 차 감독과 진실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또 자신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길들이기'의 하나로 인사 개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내가 재임하던 중 정지작업을 하거나 한 일은 전혀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으로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시신 인양은 안 된다'고 자신이 발언했다는 기록이 담긴 비망록 내용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면서 "나도 자식을 먼저 보낼 판인데, 왜 시신을 인양하지 말라고 하겠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의 아들은 교통사고로 수년째 의식불명 상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죄송한 말씀이지만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성 많이 하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죄송합니다"고 몸을 낮추며 확전을 피했다.

김 전 실장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