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은 사익 취하지 않았다며
- 일련의 책임 최순실에 떠넘겨
- 눈앞에 닥친 불부터 끄기 포석
- 담화 직후 여야 탄핵공조 균열
- 대통령 퇴진안 마련 쉽지 않아
- 朴, 장기전으로 국면전환 노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로 떠넘긴 것은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지는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치권에 공을 넘기면서 탄핵을 피하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하야와 중도 퇴진에 대해 5년의 대통령 임기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 이후 침묵을 지켜온 박 대통령이 이날 퇴진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정치 원로들에 이어 친박계 중진까지 나서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하는 등 압박 강도가 거세지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정치권에서 퇴진하라면 수용하겠지만 국회가 일정과 법 절차를 마련하라'며 국회에 공을 떠넘겼다. 쉽사리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여야가 합의해 퇴진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지난한 과정으로 해법이 나오기도 어렵다. 야당이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라고 반발한 배경이다.
당장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탄핵 절차부터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탄핵 공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야당은 탄핵안 의결을 예정대로 밀어붙인다는 입장이지만 박 대통령 담화가 탄핵을 찬성하는 비박(비박근혜)계의 마음을 돌릴 경우 탄핵안 의결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대국민 담화 이후 탄핵파 비박계의 동요와 관련 "탄핵에 대한 낙관을 하기가 어두워졌다"며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퇴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면 이에 따라 퇴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대통령직 임기를 단축하려면 이를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정국에 들어가면 야당과 여당 비박계가 추진하고 있는 탄핵 절차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여야 개헌론자들이 개헌 문제를 공론화하면 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 등 야권 주류가 이에 반대하며 공방전만 거듭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개헌 정국으로 국면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박 대통령은 담화 초반부에 18년간의 정치인생을 언급하면서 "제 가슴이 더 무너져 내린다"는 등 감성적 문구를 동원했다. 촛불 민심으로 들끓는 국민감정에 호소하면서 지지층을 자극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어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등 자신의 결백을 강조한 부분은 '청와대 게이트'의 모든 책임이 최순실 씨에게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는 분석이다.
◇ 박근혜 대통령 담화 주요 내용
- 저의 불찰로 국민에 심려 끼친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
- 지금 벌어진 여러문제들 저로서는 국가 위한 공적 사업 믿고 추진했다.
-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이나 사익은 취하지 않았다.
-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다.
-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
-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안정된 정권 이양 방안 내놓으면 따르겠다.
-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 궤도로 돌아가길 바란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