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문·비박 동시 겨냥설에
- 문재인·김무성 연루 부인
- 유포자 명예훼손 고소

부산 해운대 초고층 건물 엘시티(LCT) 사업을 둘러싼 '이영복 게이트' 검찰 수사가 1년여 남은 대선 정국에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이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주류 친문(친문재인)계와 새누리당 비주류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대권 구도까지 출렁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역풍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왼쪽), 김무성 전 대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7일 잇달아 자신을 둘러싼 '엘시티 연루설'이 인터넷에 퍼지는 것과 관련해 "사실무근·흑색선전"이라며 검경에 유포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 대통령의 '엘시티 비리 엄정수사 지시' 이후 SNS상에서 문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를 비롯한 부산지역 여야 정치인이 대거 연루됐다는 루머가 나돌면서 정치권의 대형 스캔들로 번질 조짐을 보인 데 따른 정면 대응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나 댓글부대와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런 식의 흑색선전이 더는 대한민국 정치와 선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고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에 대해 "이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엘시티 수사 지시'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이 정작 '청와대 게이트' 관련 검찰 조사는 회피하면서 검찰에 엘시티 사건 수사 지시를 한 데 대해 야권은 '적반하장'이며,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의혹이 제기됐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대한 혼란을 막으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직접 엘시티 사건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고 이 사건을 이용해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의혹이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애매한 답변도 논란을 키웠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통해 엘시티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지시를 한 게 아니냐"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질문에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기억이 없다.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