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선 후퇴·책임총리 침묵
- '꼬리 자르기' 거센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 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68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 |  |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 대통령은 이날 "어제 최순실 씨가 중대한 범죄 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돼 조사받는 등 검찰이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나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며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9분3초간 진행됐다. 1분30초 동안 진행한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가 일방적인 입장만 전달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지 열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또 국회와 소통을 강조하며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할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전날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총리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국정 일선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항간에 떠돌고 있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미르·K스포츠 재단 등 최순실 씨가 연루된 사업들에 대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여온 국정 과제 모두가 비리로 낙인찍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한 모금을 합리화하고, 이번 사안을 개인 비리로 몰아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정 파괴 원인이 자신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렸다"며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즉각 받아들이고, 권력유지용 총리 후보 지명을 철회한 뒤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해야 한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추진한 일'이라고 한 것은, 또 다른 세 번째의 사과를 할 수도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