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신뢰 회복 최대과제 부상

- 레임덕 최소화·국정동력위해
- 청와대·정부 인적쇄신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수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 씨 관련 추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끝이 보이지도 않는 최순실 게이트를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 작성 때 최 씨의 도움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결정한 것은 더는 최 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언론을 통해 결정적 증거가 제시되는 상황에서 이를 계속 부인하며 버틸 경우 민심 수습이 회복할 수도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데다 국정을 수행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강한 부인으로 일관했다. 청와대는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게 취미'라는 첫 보도가 나왔을 때 "말이 되는 소리냐"(10월 20일 청와대 관계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10월 21일 이원종 비서실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최 씨의 각종 의혹에 대해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단단한 방어막을 쳤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사과를 통해 최소한 신뢰를 얻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여당 일부도 가세한 가운데 엄정한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 국정조사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을 최소화하면서 국정 동력을 되살릴 방안은 결국 인적 쇄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성격이어서 최 씨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을 받는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을 그대로 두고 국정을 수행하는 것을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한 것도 최 씨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측근이 포진한 청와대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이 규명되는 추이를 봐가면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되살리는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적 쇄신 없이는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말 이른바 문건 파동이 발생하자 2015년 초 청와대 조직을 개편하고 총리·비서실장 교체 등 인적 쇄신을 한 바 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