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형 비리 비화 조짐에
- 퇴임 대비 재단 설립 부인
- 한달만에 공식 입장 표명
- 野 검찰수사·특검요구 일축
- 야권 "수사의지 없어"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20일 전면부인했다. 지난달 언론보도로 최순실 게이트가 촉발된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박 대통령이 입을 연 것이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두 재단의 성과를 언급했을 뿐, 최 씨에 대한 검찰 수사와 특검 실시 등 야권의 요구에는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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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 씨가 재단을 이용해 딸의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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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최순실 게이트·편파기소 대책위' 전해철(왼쪽 두 번째) 위원장 등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간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박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최 씨 의혹이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비화되고 야당이 특검 도입까지 주장하는 등 정권 차원의 비리로 압박 강도를 높인 것 때문으로 보인다.
또 최순실 게이트가 우병우 수석 못지않은 블랙홀이 되면서 여당 내에서도 "빨리 털고 가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의 이대 입시-학점 특혜 의혹과 막말 파문이 확산되면서 국민 정서도 악화됐다. 최근 잇따른 여론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역대 최저치로 추락한 것도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엄정한 처벌'을 강조하면서도 두 재단과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퇴임 후를 대비해 재단이 설립됐다는 의혹 ▷대기업들이 강제적으로 재단 설립 모금에 참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특히 모금 과정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기업들의 후원이 있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며 재단 설립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심지어 재단이 해외순방 과정에 참여해 성과를 거둬들였다며 적극 감싸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넘은 인신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순실 게이트를 '인신공격'으로 몰았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두 재단 관련 의혹을 직접 부인한 데 대해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는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비리 의혹으로 확대됐다"며 "이 정도 되면 이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엄정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그런데) 최순실만 나타나면 두려워 떠는데 어떻게 수사하겠냐"고 압박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사실관계를 부정하시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반박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오늘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은 낯 뜨거운 자화자찬과 도둑이 제 발 저린 식의 해명"이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김태경 정유선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