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 대화 강화 의지 반영
- 가습기 국회조사에 힘 실어주고
- '임을 위한 행진곡' 수용 여지
- 野 협조 구하려 한발 후퇴 풀이

- 靑은 서비스법 등 선처리 요구
- 향후 대치정국 재연 가능성도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간 청와대 회동은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협치'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3당 대표 간 회동을 정례화하는 등 협치를 위한 대화를 강화한 부분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과 여야가 협치를 위한 대화의 틀을 구축한 만큼 '식물국회'로 불릴 정도로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19대 국회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한 누리과정 예산 지원 등 민감한 현안을 두고 향후 치열한 논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만에 '손에 손 잡고'-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 참석해 국민의당 김성식(왼쪽부터) 정책위의장, 박지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민주 변재일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청, 정례대화 합의

청와대와 여야는 이날 회동 후 가진 브리핑을 통해 6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먼저 박 대통령과 3당 대표가 분기마다 회동을 갖기로 함으로써 '협치'를 위한 최고 대화창구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례 회동의 참석자에 대해 청와대는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현실 속에서 임기 말 국정운영을 위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화와 설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수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이 참가하는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구체적인 정책현안에 대해서도 '협치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 회동'을 하면서 정책적 조율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정부와 여야 정책사령탑이 머리를 맞댄 적은 드물었다.

두 야당이 제기해온 살균제 가습기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면 국회가 조사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수용의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야당의 입장을 배려했다. 이는 검찰 수사 결과를 중시하고 보수이념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박 대통령의 종전 국정 스타일과는 달라진 것이다.

청와대와 여야 간 협치를 위한 대화와 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

이날 회동에서 6개 항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세월호법 연장,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 누리과정 예산, 어버이연합 문제, 남북관계 해법 등을 거론한 뒤 유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법 연장 요구에 대해서는 "세금이 드는 문제"라며 "국회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무리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 중단 요구에 대해 "이해는 한다"면서도 중단할 수 없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 예산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 처리가 매우 시급하다"고 야당의 협조를 강하게 요청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입장이지만, 야당이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들 현안에 대해 향후 협치의 틀인 '청와대 회동'과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청와대와 야당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극한 대치 정국이 재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브리핑에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며 "다양한 소통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견을 좁혀나가다 보면 만족스러운 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김태경 기자


※靑- 여야 원내지도부 6개 항 합의

① 3당 대표 회동 분기마다 개최

② 경제부총리·3당 정책위의장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 조속 개최

③ 안보상황 정보 공유하도록 노력

④ 박 대통령, 가습기 문제 여야정 협의체 구성 제안

⑤'임을 위한 행진곡' 국론분열 생기지 않는 방안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

⑥ 정무장관직 신설 종합적으로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