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3당 합당 이후 오른쪽으로만 기울었던 부산 정치지형이 변화의 싹을 틔웠다. 지난 13일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5명이 당선되면서 부산에서도 견제와 균형 정치가 가능해졌다.

특히 이른바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경남 김해와 양산을 비롯해 창원·성산에도 4명의 야당 의원이 포진해 부산 경남(PK)에서 여야가 정책을 놓고 경쟁·협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현상이 PK 현안과 갈등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벌써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여야가 가장 먼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쟁점으로는 가덕신공항이 꼽힌다. 4·13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문제를 언급했다. 부산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정훈(남갑) 당선인은 "가덕신공항 유치엔 여야의 의견이 다를 수 없다"며 "선거 때는 정치적으로 여야가 다퉜지만, 이제 보조를 맞춰 협의할 것을 더민주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더민주 부산 당선인들도 이날 중앙공원 충혼탑을 참배한 후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가덕신공항 관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총선 전 '박근혜 대통령의 (신공항) 대구 선물 보따리' 발언이 친박(친박근혜)계 실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등 신공항이 정치 논리에 휩쓸릴 우려가 큰 가운데 부산 여야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부산시도 더는 정치권과 '짬짜미'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지난 25년간 사실상 새누리당이 부산시장과 국회의원을 독점하는 바람에 시는 예산 운용이나 시정에 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더민주 의원이 5명이나 부산에 진을 친 만큼 철저한 견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당정협의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취임 후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과만 당정협의를 했고, 더민주와는 한 차례 간담회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더민주 의원들의 당정협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낙동강 벨트에 머물렀던 야풍(野風)이 서부산을 넘어 행정 1번지인 연제와 동부산권 길목인 남을로까지 확산됐다는 점에서, 시가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이 대폭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총선 때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상업개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지를 밝혔던 더민주가 사업 방향을 전환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진보 성향의 김석준 부산교육감과 정치권이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도 관심사다.

따라서 앞으로 4년간 부산의 모습을 바꾸는 데 더민주 당선인 5인방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더민주 김영춘(부산진갑) 시당위원장은 "언론, 시민사회와 함께 정부와 시에 대응한다면 새누리당 독주를 막을 수 있다"며 "이번에 1, 2석이 아닌 5석이라는 의미 있는 의석을 얻었다. 가덕신공항을 중심으로 부산 부활 프로젝트를 힘차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