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3명 중 2명 서구 출신
- "동구 무시…선거에 관심 없어"

- "여당 공천갈등 실망해도 지지"
- "지역 잘 아는 야당후보 정해"

부산 서구와 동구는 20대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치권의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으로 20년간 한 선거구였던 중·동구가 총선을 50여 일 앞둔 시점에 서·동구와 중·영도구로 쪼개졌다. 후보자들은 동떨어진 선거구를 다니느라 애를 먹고 있고, 유권자들 역시 낯선 현수막을 무심코 쳐다볼 뿐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4·13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동구는 선거의 긴장감이나 떠들썩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동구 주민은 선거구 획정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다. 서·동구 출마자를 보면 후보 3명 중 새누리당 유기준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후보 등 2명이 서구 출신이고, 무소속 임정석 후보만이 동구 출신이다.

자영업자 김영준(64·범일동) 씨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5선하면서 지역을 발전시키진 못했지만 국회의장을 배출한 부산 정치의 중심이란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서구와 합치면서 후보 대부분이 서구 출신이어서 동구가 무시당한 것 같다. 동구 주민은 이번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현경(33·범일동) 씨는 "중구를 사이에 두고 서구와 동구가 하나의 선거구가 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동네 사정도 모르는 후보가 국회의원이 돼봤자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겠느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양모(63·수정동) 씨 역시 "동구에서 최형욱 예비후보가 나왔는데 공천을 못 받은 것을 두고 정의화 의장이 사람을 안 키웠다는 말이 나온다. 서구와는 언젠가 분구가 될 텐데 투표를 하면 뭘 하겠느냐"고 털어놨다.

서구에서는 선거구 획정에 관한 불만보다 선거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시민이 많았다. 회사원 김주환(30·서대신동) 씨는 "유기준 의원이 3선을 하는 동안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의지나 성과를 찾기 힘들다. 이번 선거에도 특별히 기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영진(70·서대신동) 씨는 "'옥새 파동' 등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주변에서 '다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투표를 안 한다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유 후보를 뽑을 생각"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 김모(58·토성동) 씨는 "중앙에서 거물급 정치인인지 몰라도 지역구 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되면 주민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고 비례대표로는 정의당을 찍겠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 발전에 힘을 실어줄 국회의원이 필요하므로 투표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이들도 많았다. 자영업자 최진건(29·수정동) 씨는 "바로 옆 동네인 중구와 비교하면 동구는 정체돼 있다. 원도심에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구 초량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동구에도 작은 전통시장이 많이 있는데 이를 살리기 위해 시장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실천할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서구에서 오래 살았다는 김대석(55·서대신동) 씨는 "구덕운동장 재개발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답답하다.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후보가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서·동구 후보 이력 이름 정당 나이 직업 유기준 새누리당 56 국회의원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53 정당인 임정석 무소속 50 기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