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쓴 시민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사 인근에 부착된 4·13총선 해운대갑 출마자의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철길 시작점 미포마을 주민
- "여야 공약에 관련 이슈 없어"
- 후보들 못 봤다는 유권자 많아
- "교통체증 해결할 사람 뽑겠다"

부산 해운대갑 선거구(좌·중·우·송정동)의 화두는 개발이다. 7일 곳곳을 돌며 4·13총선 후보에 대한 바람을 묻자 너도나도 "난개발 피해를 주민이 감내하게 하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산의 강남'이라는 자부심은 찾기 어려웠다. 주민은 여름에는 피서객, 주말에는 쇼핑객이 들끓어 안방을 내주고 차량체증 불편을 떠안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후보들이 '민민갈등'으로 번지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상업개발 갈등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중동 미포마을을 찾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에는 101층 초고층 엘시티가 건설 중이고, 왼쪽은 동해남부선 송정 방향 옛 철길의 시작점이어서 개발 논란 이슈의 중심에 선 동네다. 주민들은 "투표일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후보는 고사하고 유세차조차 지나다니지 않는 '버려진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수찬(54) 씨는 "폐선부지 상업개발 찬반으로 주민 갈등이 심화하는데, 여야 후보는 공약에서도 전혀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슈퍼마켓 주인 김모(여·47) 씨는 "계속되는 언론 보도로 이목이 쏠린 곳임에도 주민 손을 잡으러 오는 이도 거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근처에 선거 현수막을 찾기 어려웠다.

달맞이고개의 주민 대다수는 폐선부지 상업개발에 반대하는 견해를 내비쳤다. 주민 박태근(68) 씨는 "20년 전부터 계속된 개발에 해운대구에서 제대로 된 녹지가 남은 곳은 이 곳뿐"이라며 "주민 대표가 되려는 이는 수익만 남기려는 건설업자의 편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주(여·73) 씨도 "해운대 전역에서 이뤄지는 난개발에 대응하려고 각 아파트 대표와 연합체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후보를 밀겠다"고 밝혔다.

송정동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이현정(여·25) 씨는 "솔직히 폐선부지 등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다만 후보가 10년 후 바뀔 모습을 생각해 입장을 신중하게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근처 빌라에 사는 김철현(39) 씨는 "대형 아울렛과 국립부산과학관이 개장한 뒤 휴일에는 차량체증이 엄청나다"며 "도시철도 확충 등 교통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옛 해운대역사 뒷편 우1동 주민들은 개발 정책에 민감하다. 정치권에서 역사에 레지던스 호텔이 들어서는 계획을 책임지고 무산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빗발쳤다. 이채원(여·40) 씨는 "최근 새누리당 하태경 후보를 찾아 바람을 전했더니 '고층 호텔 개발은 막겠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늘 공약을 깨온 정치인이 많아 믿어도 되는지 의구심도 든다"고 털어놨다.

구청 옆 해운대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진(57) 씨는 "여태껏 해수욕장과 아파트촌에 외지인을 끌어오는 개발만 이뤄졌다. 교통 불편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진짜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후보는 없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폐선부지 활용 계획에 대해 후보들은 견해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유영민 후보와 정의당 이병구 후보 등은 "시민공원화를 원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통일한국당 문만길 후보는 "상업개발이 추진돼야 주민에게 이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후보는 "주민 의견부터 수렴해야 한다"면서도 "레일바이크 운영 등 구체적 방향은 좀 더 검토해 견해를 밝히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해운대갑 후보 이력 이름 정당 나이 직업 하태경 새누리당 47 국회의원 유영민 더불어 민주당 64 전경련 자유와창의교육원 교수 이병구 정의당 46 정당인 문만길 통일한국당 60 디벨로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