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밤 개성공단에서 나온 차들이 굵은 빗줄기를 뚫고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군 통신선은 물론 민간 채널까지 단절

-교류·협력 중단…대결구도 지속될 듯

남북 관계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전으로 회귀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백지화됐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가 지난 10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하자 북측은 11일 오후 개성공단 남측 인원의 추방을 통보했다.

개성공단에 있던 우리 국민 280명은 이날 밤 10시께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전원 귀환했다. 북한은 개성공단내 남측 자산을 동결하면서 개성공단 출·입경 용도로 사용돼 온 서해 군통신선과 판문점 연락채널도 폐쇄했다. 남북관계 채널이 거의 모두 차단된 셈이다.

개성공단의 폐쇄는 남북 경제협력의 전면 중단을 의미한다. 실제 정부는 한·중·러 3국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추진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도 끊겼다.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와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도 중단 수순을 밟고 있다.

남북 당국간 공식 채널과 민간 차원의 비공식 접촉에 경협까지 전면 단절된 것은 200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이 2013년 군 통신선과 판문점 채널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내 북측 노동자를 철수시켰을 때도 민간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은 명맥을 유지했다.

남북관계가 화해·불가침·교류·협력에 합의했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 동안 남북 대화보다 대결 구도가 계속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전망이 유세하다. 이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