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은 머슴처럼 일하는 국회의원을 원한다. 사진은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큰 절로 인사하는 모습. 국제신문DB

# 하루 아침에 주인행세

- 타협 사라지고 대립만 반복
- 19대 국회 법안 처리율 40%
- 사상 첫 선거구 무효화 촉발

# 놀고먹는 자리 비아냥도

- 당선 순간 200여 개 특권 호사
- 세비 삭감 약속하고도 계류중
- 자전거 타는 유럽의원과 대조

'나는 국민의 노예이자 머슴', '머슴처럼 부려달라', '머슴 되겠다'.

선거가 되면 이런 구호가 넘친다. 자신을 머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기본, 아예 한복을 입고 머슴 흉내를 내는 후보까지 등장했다. 마르고 닳도록 '머슴론'을 들먹이던 후보들은 한결같이 투표가 끝난 다음 날 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다시 상전이 되는 것이다.

■머슴처럼 일하라

머슴을 외치던 국회의원들이 실제 일한 결과는 초라하다. 생산성을 따지면 세비가 아까운 수준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3일까지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1만7558건이다. 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7093건으로 가결률은 40.4%에 불과하다. 이는 대화와 타협 실종으로 대립과 공전, 파행을 반복한 결과다. 더욱이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1만여 건의 법안이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이뿐만 아니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지만, 1년 넘게 방치하다 결국 기존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로 인해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성적표를 받고 과연 머슴이라고 내세울 수 있겠는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19대는 헌정 사상 가장 일하지 않은 국회로 기록될 것이다"며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의원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권을 버려라

국회의원은 금배지를 다는 순간 200여 개의 특권을 누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세비 부분이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일반 수당과 입법 활동비로 구성되는데 1년에 1억4000여만 원 수준이다. 한때 세비가 많다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자 여야는 2012년 세비 삭감을 약속했고 실제 일반 수당을 30% 깎는 내용으로 법안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법안은 계류 중이고 삭감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세비를 2% 인상하는 예산안을 만들었다가 외부로 알려지자 슬그머니 동결했다. 이와 함께 세비가 무노동 무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부분도 비판의 단골 대상이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세비가 지급되고 심지어 비리로 구속 수감돼도 세비가 나와 국민 분노를 샀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상전보다 머슴에 가깝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평균 노동 시간이 주당 평균 80시간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또 스웨덴은 관용차나 차량 유지비 지원을 하지 않아 국회의원이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 빈번하고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도 누리지 못한다. 덴마크의 경우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즐비한 한국의 국회 주차장과 달리 자전거가 늘어선 국회 주차장 사진이 포털사이트 등에 떠돌면서 화제가 됐다. 덴마크 국회의원이 명예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렇지는 않다.

선진국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세비에 엄격하다는 점이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등은 국회의원이 결근하면 세비를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