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회담 10일 이전 개최 불투명

남북 관계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30일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맹비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무산을 시사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대통령의 유엔 연설 등을 일방적으로 왜곡·비난하고, 특히 남북고위급접촉 합의사항이자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 위태롭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를 정치·군사적 이유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8·25 협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이날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대로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29일 밤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을 비난하며 "외세를 등에 업고 흡수통일을 실현해 보려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도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라며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북측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연계해 대북전단과 북한 인권법을 비난한 적은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무산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지난 적십자 실무접촉 이후 처음이다. 이는 실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키려는 포석이라기보다는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관련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5일 생사확인 회보서 교환을 위한 실무작업이 완료 단계이며, 14일까지 금강산 면회소 개보수 작업을 완료하고, 안전 문제 등을 보완해 행사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정 대변인은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노동신문은 30일에도 남한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타격하기 위한 특수부대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남북관계의 파국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남북관계가 이처럼 경색되면서 당초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당국회담도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월 10일 이전에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