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4 조치 등 기존 입장 변화없다"
- 섣부른 기대감 확산에 신중모드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을 통해 안보위기를 해소한 이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합의된 내용을 북한 실제로 이행하는 지가 중요한 만큼 속도를 조절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7일 남북 간 합의사항 중 우선 순위와 관련해 "당장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며,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면서 "마치 금방이라도 5·24 조치를 해제할 것처럼 하면 이상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꼽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산가족 상봉을 우선 과제로 보는 것은 이산가족들이 고령이라는 점과 남북 간 6개 합의 사항 가운데 군사적 긴장 완화와 관련한 내용 외에 이산가족 상봉이 가장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큰 내용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북이 합의한 당국회담이나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 문제는 남북이 협의를 통해 실행방향을 정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이산가족의 경우 실무적 준비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남북은 이를 위해 다음 달 초에 적십자 회담을 갖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도 합의대로 이행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 지적이다. 북측은 2013년 9월 25~30일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했으나, 4일 전인 21일에 일방적으로 연기한 적이 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실무절차 등을 고려하면 10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전후해 북측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 경우 남북 대치국면이 다시 조성되면서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또 남북이 당국자 회담에 합의했지만, 회담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올 지도 불투명하다는 현실적 판단도 '차분한 대응' 기조를 취한 배경의 하나로 분석된다.

정부로써는 박왕자 씨 사건과 천안함 사건으로 각각 취한 금강산 관광 중단과 5·24 조치를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없이 해제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이날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5·24 조치 및 금강산 관광 문제 등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 간) 협상은 끝난 게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남북 간 협상은 앞으로도 계속되니,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청와대) 내부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