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로 군이 최고 경계태세를 낮춘 26일 해병대 연평부대원들이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해안에서 정밀탐색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위급 접촉 후속 성과와
- 후반기 대북 구상 실현 위해
- 빗장 푸는 게 급선무

- 지뢰 도발 유사한 해법으로
- 北 천안함 유감 이끌 수도

- 확실한 사과 없이 해제 땐
- 자칫 남남갈등만 초래

정부가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고위급 접촉 타결을 모델로 5·24 조치의 빗장이 열리게 되면 남북한 민간교류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새 틀 짜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5·24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국 간 회담이 열리고 그 밑에 여러 가지 회담이 열리면 거기에서 북측이 제기할 사항으로 생각된다"며 "그러면 그때 가서 충분히 대화로 다뤄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5·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취한 대북 제재조치로 남북교역 중단,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이후 비정치 분야의 선별적 방북 허용, 인도적 지원품목 확대 등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남북교역 중단과 북한 신규투자 불허라는 핵심 원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남북문제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5·24 조치 해제가 핵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결실을 얻은 만큼 국정 후반기 본격적인 대북구상 실현을 위해서라도 5·24 조치 해제는 첫 열쇠다.

그간 박근혜 정부는 5·24 조치를 해제하려면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 즉 천안함 폭침 인정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북한은 천안함 사건이 남측의 '조작극'이라며 맞서왔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접촉 합의로 북한이 지뢰 도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유감' 표명을 하면서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유사한 방식의 해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확실한 사과'에서 한발짝 물러나 '유감' 표명을 수용하는 유연성을 발휘한 것처럼 천안함 사건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에 대해서도 북측이 유감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역시 이번 접촉에서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일차적인 목적은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이었지만 보다 넓게는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교류 재개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남측 일각에서도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의심하는 기류가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수년간 부인해 온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번복할지 불확실하다. 또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분명한 사과 없이 5·24 조치 해제가 이뤄지면 오히려 극심한 남남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당국 회담 정례화를 위해 남북 회담의 체계를 설계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총리급 회담 아래 통일부와 국방부 등의 장관급 회담과 차관급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진행되는 등 남북 회담체계가 가동됐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회담 체계가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