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접촉 합의에 따라 25일 낮 12시 중부전선의 한 부대에서 군 관계자가 대북 선전용 확성기의 전원을 끄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보도문 2항 北 주체 유감 밝혔지만
- 지뢰 '도발' 대신 '폭발'로 표기
- 자신들 소행 아니라고 주장할 소지

- 천안함-5·24해제 연계 실마리
- 탄력받은 당국 대화로 해빙무드

남북은 25일 고위급접촉을 통해 북측의 지뢰 도발 '유감' 표명과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타협을 이뤄냈다. 일촉즉발로 치닫던 군사적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8·4 지뢰 도발'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북한의 유감 표명을 얻어낸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도발 주체를 명시하지 못했고 사과 표현, 재발 방지 약속 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남북이 발표한 공동보도문 2항에 따르면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로 명기됐다. '지뢰 도발'이라는 표현 대신에 '지뢰 폭발'을 사용해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또 '유감' 표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노선으로 강조해온 '확실한 사과'를 충족하지 못하고 명확한 재발 방지 약속도 받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유감 표명의 주체를 '북측'으로 명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과거 사례와 비교해 보면 지금까지 북한이 유감 표명의 주체를 북측으로 명시한 경우는 1996년 강릉 잠수정 침투 사건 이후로 처음"이라며 "그나마도 당시에는 (남북 간 합의문이 아니라) 북한 외교부 명의의 담화 발표였다"고 설명했다. 남북 간 합의문에 북한을 명기해 '유감'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특정 사안에 대한 유감을 표명할 경우에도 주체를 밝히지 않거나 '남과 북은' 등의 표현으로 애매하게 넘어갔다.

재발방지 약속 역시 합의문에 담지는 못했으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임으로써 함축성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동보도문 3항은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낮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이다. 이는 북한이 다시 도발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도발 재발방지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감 표명' 형식으로 도출된 이번 합의를 통해 천안함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남북한이 향후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5·24조치 해제 문제까지도 대타협으로 풀어낼 수 있는 좋은 전범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라디오에 나와 "이번에 유감 표명 정도로 합의한 것은 우리 정부가 아량을 발휘한 결과"라면서 "천안함 문제도 이렇게 풀릴 수 있다. 그리고 5·24조치도 해제할 수 있는 선례가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간교류의 물꼬를 터 남북 관계 선순환의 계기를 만들고 당국 간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게 된 것도 큰 성과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