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당선 도왔는데 당리당략 행태
- 국민이 심판해야" 분노 표출
- 김무성 대표에도 섭섭함 밝혀

- "자신들 필요한 법안은 빅딜"
- 새정연도 적나라한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내내 단호하고 강한 목소리로 정치권을 질타했다. 국정의 발목을 잡고 국민이 아닌 정치인 자신을 위한 정치는 국민의 심판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대선 유세를 할 당시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여 지도부에 강한 배신감 표출

박 대통령은 '배신'과 '패권주의'라는 용어를 동원하며 새누리당에 불신감을 표출했다. 정부의 국정에 대한 지원보다 야당과 정치적 거래를 하거나 '자기정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의도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가 요구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발목을 잡으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사안은 정치적 거래를 통해 통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에게 호소해 당선시킨 여당 의원들이 이런 당리당략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야당과 합의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정치는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공박했다.

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당과 후보를 지원했지만 "정치적 도덕적 공허함만이 남았다"고 일갈한 부분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여권 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김 대표가 자기정치를 위해 정부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서운함이 묻어있다는 것이다.

■야당엔 당리당략 법안 처리 비판

박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서도 각종 국정개혁입법을 미루면서 자신들이 추진하는 법안은 '빅딜'로 통과시켰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과 아시아문화전당 등을 당리당략을 위해 처리하면서도 당시 연계처리하기로 한 영·유아보육법 지방재정법 개정안 등은 통과되지 못했고 경제살리기 법안인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은 상임위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까지도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의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며 "진정 정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한 번 경제법안을 살려라도 본 후에 그런 비판을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에 대해 "정치의 문제가 민생을 위협하는 상황이 지속돼 오는데도 정치권에서는 정부비판과 반목만을 거듭해 오고 있다"면서 "그런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뿐이고, 선거에서 잘 선택해 주셔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구태정치에 대한 국민심판론'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