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가 당내 계파와 당·청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즉시 '유승민 사퇴'를 촉구하며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청와대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 매우 송구스럽다"고 자세를 낮췄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이 재확인되면서 친박계 부활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계, "유승민 그만둬라"

친박계 상당수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는 등 '유승민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태흠 의원은 별도 성명을 내고 "유 원내대표는 무능한 협상과 월권 발언으로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늘 엇박자를 내며 월권적 발언을 일삼았다"며 "당내, 당청 간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

김현숙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어 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유 원내대표는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될 법이라고 보고했다"며 "해명이 필요하다"고 '유승민 책임론'을 제기했다.

앞서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책임론'에 대해 "나 같은 경우에는 과거 원내총무할 때 노동법 파동으로 내가 책임진 일이 있다"며 에둘러 압박했다.

대부분의 의원들도 의총에서 박 대통령이 재의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자동폐기해야 한다"며 보조를 맞췄다. 다만, 비박계 일부 의원들은 "표결에 붙이자"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의원들이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며 "재의에 붙여서 우리당이 할 도리를 다하자"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표결에 붙이는 당당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영철 의원은 박 대통령의 작심 비판과 관련, "대통령의 표현이 아쉽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유임 분위기속 청와대 의중이 변수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사퇴 요구를 일단 거부했다.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보다는 국회법 개정안 국면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여론이 대세다. 이에 따라 유 원내대표는 당분간 최대한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수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유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 수위를 감안하면 재차 사퇴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야당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유 원내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형성될 조짐도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현실적으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이 때문에 비박계가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더라도 유 원내대표가 먼저 거취를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