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성우(앞줄 오른쪽 세 번째) 홍보수석이 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며 부연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成 두 차례 사면 있을 수 없는 일"
- 사실상 참여정부까지 수사 주문
- 야당 리스트 규명 공세에 맞대응
- 부정부패 척결 정치개혁도 강조
- 전방위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

여야 간 대치정국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성완종 파문을 정치권의 해묵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정치개혁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사면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완종 리스트'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시절의 연루의혹까지 수사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주문했다. 당장 야당은 '성완종 파문'의 본질과 다른 사면문제를 거론한 것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완구 퇴진' 사과 아닌 유감

박 대통령은 이날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를 통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 파문에 연루돼 물러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이 전 총리의 사퇴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국민적 비판여론을 어느정도 희석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총리 임명권자로서 이 전 총리의 퇴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을 뿐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성완종 파문 전반에 대한 대국민사과는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의 핵심은 오히려 노무현 정부시절에 이뤄진 성 전 회장에 대한 사면과정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데 맞춰졌다.

박 대통령은 성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해 "결국 오늘날 같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완종 리스트' 정면 대응

박 대통령이 이번 파문이 일어난 계기를 '사면'이라고 지적하고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야당의 파상공세에 대한 일종의 맞대응으로 볼 수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친박인사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야당은 문제될 게 없느냐'고 역공을 취한 것이다.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이날 야당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사면 진상규명'이라는 카드를 꺼내 현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검찰이 성완종 파문에 대한 수사를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야당을 겨냥한 '사면과정에 대한 진실규명'이라는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는 비판을 감수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시각까지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1, 2년 차를 각각 내각 인선 파문과 세월호 참사의 덫에 걸려 흘려보낸 상황에서 집권 3년 차마저 성완종 파문에 휘말려 국정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국 대치 국면 격화 전망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대여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야당의 반발에 대해 그동안 만연해온 지연·학연·인맥으로 얽힌 정치문화를 정치권의 적폐로 규정하고 과거부터 이어져온 정치권의 부패구조를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성완종 파문과 관련해 "이번에 반드시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척결을 해서 새로운 정치개혁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완종 파문은 야당이 주장하는 것 처럼 단순히 친박인사들이 연루된 부패사건이 아니라, 여야를 불문하고 그동안 우리 정치의 후진적 구조가 만들어낸 정치부패사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단순히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규명에 국한하지 않고 과거 정치부패 척결이라는 차원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전방위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완종 파문을 정치개혁 차원의 전방위 사정으로 돌파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은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국민적 의혹이 남아 있다면 여야가 합의해서 해야 할 것"이라며 "의혹이 남는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과정에서 경험과 시급한 국정과제를 언급하면서 정치개혁의 정당성을 들어 압박했다. 정치개혁 없이 정상적인 국정추진도 불가능하다며 전방위 사정정국의 정당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