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보선 與野 복잡한 셈법
- 당·청 관계서 입지 약화 등
- 향후 정국 걸림돌 수두룩

이완구 국무총리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은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을 예고한다. 우선 더욱 치열한 여야의 정국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로 악화한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집권 3년 차에 조기 레임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하면서 '정치 개혁'과 '경제 살리기'를 흔들림 없는 국정 기조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구상이 제대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여론을 반전시킬 뾰족한 카드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으로 정면 돌파

박 대통령이 고강도의 '정치개혁'과 '경제 살리기' 두 가지를 '포스트 이완구' 정국의 정책 기조로 제시한 것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국정 공백 사태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언급하면서 검찰에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범정부적인 부정부패 척결작업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국정 2인자인 이 총리의 거취까지 정리한 만큼 정치개혁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엄정한 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 수사의 향배에 따라서는 여당 내 계파나 여야를 불문하고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이른바 '사정 제2라운드'가 전개될 수 있음을 짐작게 한다. 여당 관계자는 "강력한 공직 기강과 개혁 드라이브로 자칫 초래될 수 있는 레임덕 현상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어 보인다"고 풀이했다.

■불투명해진 정국 전망

박 대통령의 구상이 먹혀들지는 불투명하다. 정국을 풀어갈 여야의 셈법이 복잡한 탓이다. 일단 이 총리의 전격 사의 표명은 코너에 몰릴 대로 몰렸던 여당에 숨 쉴 공간을 틔워준 '악재 속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이완구 해임건의안'을 무기로 재·보선 정국을 주도하려 했던 야당에는 일단 호재 하나가 사라졌다. 특히 야권 입장에선 여권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재·보선에서 완승을 끌어내지 못하면 정국 주도권을 잃을 판이다. 따라서 적어도 재·보선 때까지는 한층 강도 높은 대여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권 입장에서는 선거 결과가 안 좋을 경우 정권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여야 파열음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은 이래서 나온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계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파문수습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이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새누리당 핵심부의 의견이 결정적인 동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청 관계는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새 총리후보자 물색과정에서 새누리당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 후임 인선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현 정부 들어 총리 인선 '트라우마'를 생각한다면 향후 인선 작업과 청문회 과정에서 국정 발목을 잡을 또 다른 복병이 튀어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