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부산 출신 대선 후보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저서 제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배이자 친구, 정치적 동지로서 엮여 살아온 삶을 함축하는 말이다. 인권변호사인 문 의원을 정치라는 '정글'로 끌어들인 것도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의 끈 때문이라고 스스로 말하기도 한다.
2012년 대통령 선거 패배 후 2년 만에 그가 다시 뛴다.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 당 대표를 1차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동안 그는 더 강해지고, 깊어지고, 넓어졌을까?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5년만에 부산에서 실질적인 당권을 쥔 제1야당 당수가 나올 수 있을까? 당 대표에 오르면 또다시 대권 도전에 한발 다가선다. 실패하면 '잠룡' 그룹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한다.
더욱이 부산은 문 의원이 대권이란 고지 점령을 위해 극복해야 할 최대 난관이다. 정치적 고향이지만, 여권의 안방이기 때문이다. 부산을 얻으면 대권은 눈 앞으로 다가온다. 벅차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부산인 것이다. 이런 중요한 부산을 움직이는 '문재인의 부산사람들'을 짚어본다. 핵심은 있지만 폭 넓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 인맥이기에 향후 지형 변화가 주목된다.
■송기인 신부로부터 출발
부산에서 '문재인의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는 송기인 신부부터 출발한다. 부산 시민사회단체의 원로로 꼽히며 노 전 대통령과 문 의원의 대부다.
'문의 사람들' 핵심은 역시 '친노'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수석비서관과 2012년 대선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사들이 주축이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정호 부경대 교수,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 486그룹도 있다. 최인호 사하갑위원장과 송인배 양산지역위원장 등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서 문 의원의 측근 그룹으로 통한다.
학계에는 고교 동창이자 45년 지기인 황호선 부경대 교수가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사상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문 의원과 친노 그룹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만큼 막역한 사이다. 김창호 동의대 교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등도 학계 인맥으로 꼽힌다. 배재정 의원(비례대표)은 지역에서 유일한 원내 지지세력이다. 정명희 부산시의원은 '직능계 문재인 인맥'으로 통하는 유영진 부산약사회장과의 끈끈한 인연으로 묶여 있다.
■정치권 한 발 비켜나 조언 그룹도
법조계에서는 법무법인 부산의 정재성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 변호사는 선거 때마다 문 의원을 보좌한다. 연제구지역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김해영 변호사도 빼놓을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부산선대위 법률단장을 맡기도 했다. 유정동 변호사의 경우 지역 정가에서는 "당연히"라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친다.
정치권에서 한 발 비켜나 있으면서도 조언과 후원을 하는 그룹이 있다. 부림사건 피해자인 설동일 전 민주공원 관장, 치과의사로서 정신적 후원을 아끼지 않는 조기종 원장, 박태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속한다. 또 경남고 1년 후배로, 스스로 '영원한 박수부대'라고 칭하는 배갑상 전 에너지관리공단 상임감사의 비중도 작지 않다.
지역위원장 중에는 박재호 남구을 위원장,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해성 중동구위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출신의 이정환 남구갑위원장, 이재강 서구위원장,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전재수 북강서갑위원장 등을 들 수 있다.
■'친노'를 넘어 '친문'으로
부산에서 문재인의 과제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친노를 넘고, 대중적 뿌리를 확장하라"라는 말이다. "친노의 폐쇄성을 탈피하고, 열린 공간으로서의 '친문'을 열어라"는 뜻이다. 즉 확장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탈 계파적 성격이 강한 김영춘 신임 시당위원장을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재선 의원 출신의 김 위원장의 경우는 '친노'로 분류되지 않으면서도 '바보 노무현'의 길을 따르고 있다. 또 지역 '친노'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후보가 되는 과정이나 이달 중순 부산시당 위원장 당선 과정에서도 이들의 후원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시장 캠프 구성 단계에서 이정호 김창호 황호선 교수, 이호철 전 수석 등이 포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친노 그룹과 반노 그룹, 안철수 전 대표쪽 그룹 등을 두루 중용하는 탕평책을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친문'의 구축과 '친노' 이미지 극복을 위해서 문 의원은 김 위원장과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뿐만 아니라 '영원한 노무현의 비서실장'이라는 참모형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구축이라는 과제도 지상명령으로 주어진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