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주요 관련자인 국정원 직원의 증언 거부로 난항을 겪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속행공판에서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 이모씨는 모든 신문에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답으로 일관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씨는 "1심에 증인으로 나간 뒤 마음고생이 심했다. 우리(국정원)는 이런 의도로 활동했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나갔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의도로, 안 좋은 방향으로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오늘은 증언을 거부하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팀에 소속돼 근무했으며, 1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트위터 활동이 상부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이씨는 이날 항소심에서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는 검찰의 신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판부가 "증인이 1심에서 한 증언 내용을 확인하고 그 취지를 좀 더 섬세하게 확인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출석을 요구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설득했지만, 이씨는 "죄송하다"며 입을 닫았다.

재판부는 이씨의 증언거부권을 대체로 인정했지만, 검찰의 신문 도중 몇 차례는끼어들어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원세훈 전 원장이 종북좌파의 진보정권 수립 시도를 저지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씨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재판부는 "그렇다면 증인이 국정원 안보 담당 직원으로서 갖고 있는 종북좌파에 대한 개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건과 관련해 증언을 거부하던 이씨는 이 질문에는 "야당(통합진보당)이 해체 결정을 받은 것은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 정도 수준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고, 앞서 예고한 대로 오는 29일 공판을 끝으로 심리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취임 이후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활동에 관여하고 국정원장직위를 이용해 2012년 대선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