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축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오며 박영선(앉은 이 왼쪽부터) 새정연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 이정희 통진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적폐 해소·경제 활성화 강조
- 세월호 정국 탈출 의지 보여

- 與 "한반도 평화·혁신 비전 제시"
- 野 "남북관계 근본적 해법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이 공동실천할 수 있는 사업을 행동으로 옮기자며 일련의 공동사업 제안을 패키지 형태로 내놓았다.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 응원단 파견 등으로 이어지는 큰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찾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일본에 대해서는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새 출발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일본 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경축사는 광복 7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내년을 기점으로 남북, 한일 간 불행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이 담겼다는 해석이다.

■북한에 실천가능한 사업 제안

박 대통령은 북핵 등을 거론하면서 69년간 지속해온 남북분단이라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남북이 실천 가능한 사업을 행동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하천·산림 관리 공동 협력 사업 ▷북한 대표단의 10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 초청 ▷이산가족 상봉 ▷민생인프라 협력의 본격적 시작 ▷남북한 광복 70주년 공동기념 문화사업 준비 ▷남북고위급 접촉 수용 등을 제시했다.

이는 드레스덴 구상을 흡수통일론이라고 비난해온 북한을 설득하고, 새로운 남북 대화의 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내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과 집권 2년 차에 남북관계에서 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명박(MB) 정부 이후 계속돼온 남북대결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5·24조치 완화 혹은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표명이 없어 과연 북한이 흔쾌히 박 대통령의 제안에 응답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대일본 비난 강도는 낮아져

박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내년이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제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며 미래지향적 우호 관계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전제조건으로 일본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인식전환을 촉구했지만, 올해 3·1절 기념사나 지난해 8·15 경축사의 대일 메시지와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어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러면서 한·중·일이 원자력 안전협의체를 구성하고, 미국·러시아·북한·몽골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며 일본과 관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담았다.

하지만 이날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대리인을 통해 공물을 받치고 각료 3명과 여야 국회의원 80여 명이 참배를 강행하는 등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의 국내문제 메시지는 "적폐 해소를 통한 국가대혁신"과 "경제 활성화" 두 가지로 압축됐다. 이는 새누리당의 7·30재·보궐선거 압승으로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탈출하고, 2기 내각 출범과 더불어 경제 활성화 행보를 본격적으로 담금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맹탕 경축사" vs "경제 활성화 의지"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혁신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남북관계에 대한 획기적 제안이나 근본적 해법 없이 과거 '개발주의식'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새로운 혁신과 변화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실행 가능한 협력부터 행동으로 옮겨내자는 대통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연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남북관계에 있어 더 대담한 제안도 없었고,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여의도만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와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규제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확장적 재정운용 등을 적극 추진하고, 지체되고 있는 경제살리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한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