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발생 14일 만에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뒤늦게 이뤄진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성난 민심은 냉소적이다.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를 원했던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간접사과'인 데다 사과의 내용도 크게 미흡,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은 '내 탓'이 빠진 채 '과거부터 있어 온 적폐'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등 이번 참사 원인을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는 듯한 표현을 써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 사과와 별도로 사과 회견이나 대국민 담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고수습 후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사과와 국가재난안전시스템 개혁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했다. 이어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재난안전)전담부처를 설치해서 사회재난과 자연재해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 신설은 또 다른 '옥상옥'이 될 수 있고, 공무원 자리만 늘리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만큼은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경기 안산의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족은 정부의 무능한 구조작업을 성토하고 욕설과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